1. 타임슬립과 일상 로맨스의 절묘한 만남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은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선보인 로맨스 드라마로,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평범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이다. 극 중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 분)은 스물한 살 생일을 맞이하던 날, 자신의 집안 남성들에게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데이트나 작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 능력을 남용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팀은 “시간을 되감아도, 중요한 것은 결국 순간을 제대로 살아가는 태도”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리처드 커티스가 이전 작품들인 러브 액츄얼리, 노팅 힐 등에서 보여주었던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테마를 한층 더 깊이 있고 독창적으로 확장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다른 로맨스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시간여행 자체가 거대한 모험이 아닌 ‘사소한 실수 교정’이나 ‘데이트에서의 민망함 극복’ 같은 작은 사건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만약 내가 원치 않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연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팀이 연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는 과정 역시, 여러 번의 시간 되감기를 거치며 점차 다듬어지지만,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역설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 타임슬립이라는 초현실적 설정을 일상에 조화롭게 녹여냄으로써,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관객들의 감정을 자연스레 끌어올린다.
또한, 영화는 “과연 이런 능력이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깊은 의문을 던진다. 팀의 삶은 순간순간 되돌릴 수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삶의 큰 변곡점’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결국, 시간여행이라는 특별한 능력조차도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다. 이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서투른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위안을 전해주는 동시에, “정말 중요한 건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없을 만큼 현재를 소중히 사는 것”임을 일깨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2. 가족의 힘, 사랑의 본질: 팀과 아버지의 관계
어바웃 타임은 주인공 팀의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가족 이야기를 묵직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는 팀의 아버지(빌 나이 분)다. 팀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된 것도 아버지를 통해서이며, 이후 팀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든든한 조언자이자 동반자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우리가 가족에게서 받는 사랑과 지지는 로맨스 이상의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은근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빌 나이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다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태도로 가족을 이끌며, 동시에 자신의 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 제안이 단순히 골프나 독서를 함께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팀에게 커다란 자산으로 남는다. 물론 팀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시간여행 능력을 활용해 가정과 일, 그리고 부모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그러나 영화는 완벽한 아버지도, 완벽한 남편도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오히려 그 ‘불완전성’ 속에서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이해하게 됨을 강조한다.
결국, 시간여행은 ‘삶의 오류를 수정하는 마법’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을 두 번 세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축복”으로 승격된다. 팀과 아버지가 함께 시간의 터널을 여행하는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장면 등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관객들은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실수와 이별도, 되돌리기만 하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깊이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절실히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어바웃 타임은 가족애와 인생의 유한함을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며,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행운”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선사한다.
3. 소소함의 아름다움: 인생을 다시 보게 하는 따뜻한 성찰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특유의 따뜻하고 위트 있는 연출로,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 전반에서 끊임없이 일깨운다. 예컨대 팀이 메리와 데이트를 거듭하며 서툰 모습을 보이거나, 결혼식 날 우연한 변수로 인해 예측 못 한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일상적이고도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곧 ‘인생의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흔히 지나쳐 버리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귀하고 기적적인가?”를 거듭 묻는 셈이다.
타임슬립이라는 극적인 소재는, 오히려 이 ‘소소함’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큰 재난이나 엄청난 로맨스를 재구성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커피 한 잔을 엎지르는 실수를 만회하거나, 어색한 대화를 다시 시도하기 위해 시간을 조작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기적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특히, 팀이 마주하는 실패와 실수는 눈물겹게 처절한 수준이 아니고, 한두 번 되감기로 충분히 개선될 만한 ‘소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 ‘소소함’이 쌓여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인간관계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하는 정감 어린 메시지다.
영화의 말미, 팀이 더 이상 시간을 되감지 않고도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내는 태도는, 관객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법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본 작품이 ‘로맨스’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이유다. 마법 같은 설정으로 시작해, 결국엔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순간들’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것. 이처럼 어바웃 타임은, 사려 깊은 스토리텔링과 감동적 여운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대표적 휴먼 드라마다.
총평: 사랑의 마법은 ‘지금, 여기’에 있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은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토대로, 사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는 아름다운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도널 글리슨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안정적인 호흡, 빌 나이의 인상적인 부자(父子) 연기, 그리고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연출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팀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통해 “시간을 되돌린다면, 난 어떤 실수를 수정할까?”라는 가벼운 상상을 하면서도, 정작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설령 그런 능력이 있어도, 매 순간을 소중히 대하고 사랑하는 게 답”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수없이 많은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현재를 충실히 사는 행복의 본질’을 가장 담백하고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화려한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사건 대신, 일상의 작은 결핍과 소소한 기쁨에 집중함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풍경을 만들었다.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더 귀 기울이자”는 영화의 메시지는 바쁘고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결국, 진정한 사랑의 마법은 환상적인 능력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만들어 가는 평범한 ‘지금, 여기’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